김장무 파종시기
김장무는 단순히 늦가을에 수확해 담그는 ‘재료’가 아니라, 파종 시점부터 맛과 저장성, 작업 효율을 좌우하는 프로젝트라고 보시면 됩니다. 특히 김장무 파종시기는 기온 곡선, 첫서리 예상일, 토양 수분·산도까지 함께 고려해야 오차가 줄어듭니다. 아래 내용을 그대로 따라 하시면, ‘너무 작아서 물러지는 무’도, ‘심지 생겨 매운맛만 남는 무’도 피하실 수 있습니다.
1) 파종시기를 정하는 3가지 기준
- 기온 창(발아·비대): 씨앗은 대체로 맑고 따뜻한 날에 빠르게 올라옵니다. 발아는 온기가 필요한 반면, 뿌리 비대는 선선할수록 안정적입니다. 낮에는 따뜻하고 밤에는 서늘한 초가을의 온도 차가 당도와 아삭함을 키웁니다.
- 성장에 필요한 ‘무霜일수’: 씨뿌린 뒤 뿌리가 알맞게 굵어지려면 대략 두 달 남짓의 서리 없는 기간이 필요합니다. 지역별 첫서리 평균일을 역산해 파종 주간을 고르시면 실수가 줄어듭니다.
- 토양 상태(배수·산도): 배수가 나쁘면 뿌리목 부패·갈라짐이 늘고, 산도가 낮으면 뿌리혹병(클럽루트) 위험이 커집니다. 파종 전 흙을 정돈해 두는 게 절반의 성공입니다.
2) 지역·지형별 권장 파종 창(가이드)
- 중부 평야: 여름 더위가 누그러지는 8월 하순부터 시작해 9월 초순까지가 표준입니다. 너무 이르면 해충 압박이 커지고, 너무 늦으면 비대가 부족합니다.
- 남부·해안부: 해가 길고 밤이 따뜻해 파종을 8월 말~9월 상순으로 살짝 늦춰도 충분히 굵어집니다.
- 고랭지·산간부: 서리가 빠른 편이라 8월 상·중순 파종을 권합니다.
- 도시 텃밭·옥상 상자: 토양 온도 변동이 커서 초기에 고온 스트레스를 받기 쉽습니다. 9월 초순 전후로 맞추고, 파종 직후 3~5일 정도 임시 차광을 해주면 발아가 고릅니다.
날씨가 평년보다 덥다 → 파종을 3~5일 늦추기
날씨가 평년보다 서늘하다 → 파종을 3~5일 당기기
3) 품종·용도에 따른 미세 조정
- 저장형(김장 전용): 비대가 안정적이고 껍질이 질기지 않은 계통을 쓰면 김장용으로 유리합니다. 저장성을 최우선하면 파종을 표준 창의 뒤쪽에 둬 조직을 치밀하게 만드는 전략이 효과적입니다.
- 빠른 수확형: 가을 겉절이·총각무처럼 이른 소비가 목적이면 표준 창의 앞쪽을 쓰되, 초기 해충 방제를 꼼꼼히 하셔야 합니다.
4) 파종 전 토양 리셋(2주 전부터)
- 깊이갈이: 최소 한 삽 깊이 이상(대략 25~30cm) 뒤집어 주어 뿌리 직진 공간을 확보합니다.
- 유기물·기비: 완숙퇴비와 천천히 풀리는 거름을 혼합해 고르게 섞습니다. 과다 질소는 갈라짐·심지 생김의 원인이 됩니다.
- 산도 맞춤: pH 6.5 전후가 비교적 안전합니다. 산성이면 석회(파종 10~14일 전)로 교정해 뿌리혹병 위험을 낮춥니다.
- 배수 설계: 고랑을 분명히 하고, 무거운 토양은 모래·왕겨·펄라이트 등으로 물 빠짐을 개선하면 연부병(무름병) 리스크가 줄어듭니다.
5) 파종 실무(점파 기준)
- 이랑·포기 간격: 이랑 폭 60cm 내외, 포기 사이 25~30cm가 무난합니다.
- 씨앗 수·깊이: 구멍 하나에 2~4립, 흙 덮음은 1cm 안팎으로 얇게. 깊게 묻으면 발아가 늦고 고르지 않습니다.
- 멀칭 선택: 검은 비닐 멀칭은 잡초·수분 유지에 유리하나 과습시 연약해질 수 있습니다. 배수 좋은 밭에서 활용하시고, 초기에 고온이면 구멍 주위를 살짝 열어 열을 빼줍니다.
- 부직포·방충망: 파종 직후 씌워두면 벼룩잎벌레·나방류 초기 피해를 크게 줄입니다. 발아 뒤 환기에 유의합니다.
6) 발아 이후 4주 관리 로드맵
- 파종-발아(3~~5일): 표면이 마르지 않게 미세 관수. 강한 햇볕엔 임시 차광으로 묘 고사를 방지합니다.
- 본엽 2매: 1차 솎음(강한 것 2주 남김). 통풍이 좋아져 병해를 줄입니다.
- 본엽 4~5매: 최종 솎음으로 1주만 남겨 비대 공간을 확보합니다.
- 웃거름 1회(파종 2~3주 뒤): 질소는 과다 금지, 칼륨 비율을 살짝 높이면 저장성에 도움됩니다.
- 물 주기 규칙: ‘얕고 자주’보다 깊고 드물게가 뿌리 비대에 유리합니다. 표토만 적시지 말고 뿌리층까지 스며들게 주고, 다음 물 주기 전 표면이 마르는 것을 확인합니다.
7) 흔한 문제와 원인·해결
- 심지·스펀지화: 고온 지속, 과도한 질소, 과밀 식재. → 파종을 뒤쪽 창으로 조정, 최종 솎음 철저, 칼륨 보강.
- 갈라짐(균열): 건조 후 폭우·한 번에 과다 관수. → 물 주기 간격은 일정하게, 장마 전 멀칭·고랑 정비.
- 잎만 무성하고 뿌리 비대 불량: 질소 과다·음지. → 거름 균형 재점검, 햇빛 6시간 이상 확보.
- 뿌리혹병: 산성 토양·배수 불량. → 석회로 pH 개선, 포장 윤작, 과습 회피.
- 연부병(무름병): 상처 + 고온다습. → 수확 전 강우기 작업 최소화, 도구 소독, 상처난 개체는 즉시 분리.
8) 해충·병 방제의 핵심 타이밍
- 벼룩잎벌레: 파종 직후~어린잎 시기 집중 피해. 부직포 덮개·유인트랩·초기 기계적 방제가 효과적입니다.
- 나방류(배추좀나방 등): 유충 밀도 증가 전 유살포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것이 관건입니다. 잎 뒷면을 수시로 확인하세요.
- 진딧물: 고온 건조 시 급증. 물줄기로 씻어내거나, 은은한 유인식물(겨자·갓)을 가장자리로 분산 배치해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 병해 공통: 과밀·과습·통풍 불량이 가장 큰 리스크입니다. 솎음과 고랑 정비만 잘해도 절반은 잡습니다.
9) 수확 신호와 작업 요령
- 시기 판단: 파종 후 대략 두 달, 지표에서 ‘어깨’가 볼록이 드러나며 잎이 과도하게 거칠어지기 전이 적기입니다.
- 전처리: 수확 하루 전 관수는 줄이기—수확 시 상처·무름을 줄입니다.
- 수확 절차: 흙을 살짝 파 헤치며 비틀지 말고 곧게 빼냅니다. 잎은 줄기에서 두 마디 정도 남기고 절단하면 저장 중 수분 손실이 덜합니다.
10) 저장·보관(김장 전까지 신선도 유지)
- 흙을 거의 털지 않기: 미세한 흙막이 수분 증발을 막아줍니다.
- 서늘·어두움·통풍: 온도는 낮고, 바람길은 트이며, 빛은 차단하는 환경이 좋습니다.
- 모래 저장: 상자에 건조 모래를 깔고 무를 눕혀 한 켜씩 덮어 보관하면 상처·건조를 막습니다.
- 야외 구덩이 저장: 배수가 좋은 곳을 얕게 파고, 바닥에 짚→무→짚 순으로 켜켜이 쌓아 비·서리 차단 후 덮개를 고정합니다.
11) 달력처럼 쓰는 ‘김장무 6주 체크리스트’
- 파종 2주 전: 석회 살포→깊이갈이→퇴비 혼입→이랑·고랑 완성.
- 파종 당일: 점파, 얕은 복토, 미세 관수, 부직포 덮개.
- 1주차: 발아 점검, 고사주 보완 파종, 초기 해충 확인.
- 2주차: 1차 솎음, 얕은 김매기.
- 3~4주차: 최종 솎음, 웃거름 1회, 깊은 관수 주 1~2회.
- 5~6주차: 잎·뿌리 비대 관찰, 병해 점검, 장마·태풍 대비 배수 재정비.
12) 상황별 Q&A
Q. 파종일을 놓쳐 9월 중순이 됐습니다. 늦어도 될까요?
A. 중부 평야 기준으론 비대 기간이 빠듯합니다. 배수가 좋은 이랑에 보온·차광 관리로 스트레스를 줄이고, 밀식만 피하면 적정 크기까지는 당길 수 있습니다. 다만 저장성은 다소 떨어질 수 있습니다.
Q. 씨앗을 두껍게 덮으면 왜 안 되나요?
A. 깊은 복토는 산소 부족·지온 저하로 불균일 발아를 부르고, 약한 묘가 됩니다. 1cm 안팎의 얇은 복토가 안전합니다.
Q. 비닐 멀칭을 반드시 해야 하나요?
A. 필수는 아닙니다. 잡초·수분 관리엔 유리하지만 과습한 밭에선 오히려 병이 늘 수 있습니다. 토양 성향을 먼저 보시고 결정하세요.
Q. 거름은 언제, 무엇을 중심으로 줘야 하나요?
A. 기비는 완숙퇴비·복합비료를 균형 있게, 웃거름은 칼륨을 약간 우대해 조직을 단단하게 하는 쪽이 김장용에 유리합니다.
Q. 뿌리혹병이 의심됩니다. 당장 할 수 있는 조치는요?
A. 과습 감량·pH 개선이 1순위입니다. 감염 포장은 윤작 기간을 충분히 가져가시고, 감염 주는 즉시 제거하여 확산을 차단합니다.
Q. 잎만 크고 뿌리가 안 굵어요.
A. 질소 과다·그늘·과밀이 흔한 원인입니다. 최종 솎음을 과감히 하고, 햇빛 시간을 늘리며 거름 균형을 재조정하세요.
Q. 갈라짐을 줄이는 물 주기 요령은?
A. ‘규칙성’이 핵심입니다. 건조-폭우 패턴이 가장 위험하니, 깊은 관수를 일정 간격으로 유지해 토양 수분 변동을 완만하게 만드세요.
Q. 베란다 상자 재배도 가능한가요?
A. 깊이 30cm 이상의 용기, 배수구 충분, 아침·오후 햇빛 합 6시간 이상이면 가능합니다. 과밀만 피하면 소형이라도 단단한 뿌리가 나옵니다.
Q. 수확 전 관수는 왜 줄이나요?
A. 수확 중 꺾임·상처를 줄이고 저장 중 무름 발생을 낮추기 위해서입니다.
13) 핵심 정리
- 파종 창은 **가을 초입(8월 하순~9월 초순)**을 기본선으로, 지역·서리 시점·토양을 함께 본다.
- 얕은 복토·초기 방충·규칙적 관수만 지켜도 실패 확률이 크게 낮아진다.
- 저장을 목표로 할수록 표준 창의 뒤쪽에서 치밀한 조직을 만드는 전략이 유리하다.
- 수확·저장은 상처 최소화·서늘·어두움·통풍의 4원칙을 지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