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상추 파종시기
한여름의 과열이 가라앉기 시작하면 상추는 비로소 자신의 계절을 맞이합니다.
그래서 텃밭을 준비하는 분들이 가장 먼저 묻는 것이 바로 가을상추 파종시기입니다. 이 글은 날짜를 단순히 외우는 방식이 아니라, 온도·습도·바람과 같은 “신호”를 읽어 적기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베란다 상자든 노지든, 씨앗을 손에 쥔 상태에서 바로 실행 가능한 루틴만 골라 담았습니다.
서브타이틀|지역·기후·재배공간을 모두 아우르는 실전 가이드
- 목적: 잎맛이 가장 아삭하고 쓴맛이 덜한 시기를 노려 짧고 굵게 수확 루틴을 만드는 것
- 핵심 신호: 밤 최저기온 하강, 토양 온도 안정, 강우 후 냉각
- 전략 요약: “해 진 뒤 얕은 파종 → 발아 주간 미세 분무 → 활착 3~5일 차광 → 아침 물주기”
지역·기후별 캘린더(감각으로 읽는 날짜)
- 중부 내륙(서울·경기·충북 북부): 8월 마지막 주부터 9월 중순 사이. 늦여름 소나기가 한 차례 지나 밤공기가 선선해지는 주간이 첫 신호입니다.
- 남부·해안(전남·경남·동해안): 9월 상순부터 9월 하순. 바닷바람 덕에 밤 온도가 덜 떨어져 약간 늦춰서 파종해도 수확 창이 충분합니다.
- 제주·온난지: 9월 중~말. 마감이 느린 지역이므로 늦게 시작해도 잎따기 수확이 길게 이어집니다.
- 고랭지·산간: 8월 중~하순. 밤 냉기가 빠르게 오므로 서둘러 파종하고, 이식 후 부직포 덮개를 준비합니다.
실전 기준점
• 토양온도 열대야 종식 뒤 15~20도대로 내려올 때가 최적.
• 밤 최저기온이 스무 도 아래로 안정되면, 발아 동시성이 확 좋아집니다.
• 비가 그친 다음 날 저녁은 수분·온도·잡초 경쟁 면에서 유리합니다.
발아 원리 이해: 고온 억제와 빛 반응
상추 씨앗은 고온에서 발아가 억제되고, 빛을 만나야 잘 깨는 성질이 있습니다. 이 두 가지를 잡는 것이 가을 재파종의 성패를 가릅니다.
- 예냉 침종: 미지근한 물에 적신 씨앗을 키친타월로 감싸 냉장고 채소칸에서 하룻밤. 발아 타이밍이 고르게 맞춰집니다.
- 얕은 복토: 씨앗 두께의 절반 이하로 아주 가볍게 덮기 또는 무복토+미세 분무. 깊으면 빛이 차단됩니다.
- 파종 시간: 한낮 고온을 피하고 해 진 직후에 파종해 토양 방열의 데미지를 최소화합니다.
파종 방식 선택: 직파 vs. 육묘
직파(노지·대형 상자)
- 장점: 뿌리가 자리 잡는 속도가 빠르고, 이식 스트레스가 거의 없습니다.
- 요령: 얕은 골을 내고 점뿌림(한 자리 3~4립) → 가볍게 눌러 씨앗과 토양을 밀착 → 미세 분무. 줄 간격 스무~스물다섯 센티에서 시작해 솎음으로 간격을 잡습니다.
육묘(트레이·포트)
- 장점: 늦더위 구간을 실내에서 버티고 균일한 모종을 확보.
- 요령: 128공 또는 200공 트레이에 한 구멍 한 립. 본엽 두 장이면 정식. 이식 후 사흘 정도 20~30% 차광을 유지하면 활착이 매끄럽습니다.
주차별 실행 플랜(중부 기준 예시)
D-7 ~ D-3 | 토양 컨디셔닝
- 상토에 완숙 퇴비·부엽토를 소량 섞어 공기층을 살리고, 산성이 강하면 석회로 pH 여섯 언저리로 조정합니다.
- 배수와 증발을 관리하기 위해 마사·펄라이트를 바닥층에 깔고, 표면은 멀칭으로 보호합니다.
D-0 | 파종
- 해가 진 뒤 얕은 복토, 분무로 마감. 트레이는 스프링클러보다 미세 분무가 안전합니다.
D+3 ~ D+7 | 발아 주간
- 표면이 마르지 않도록 자주 보되, 과습으로 공기가 막히지 않게 통풍을 확보합니다.
- 이 구간 과습과 정체 공기는 모잘록병의 원인. 파종층 위를 굵은 모래 얇은막으로 덮으면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D+10 ~ D+14 | 첫 솎음
- 본엽이 한 장 보이면 서너 센티 간격으로 빛과 공간을 나눠줍니다. 솎음잎은 베이비 리프로 활용 가능합니다.
D+20 전후 | 추비·차광 조절
- 잎색이 연해지면 묽은 액비를 얇고 자주. 강광 데임이 보이면 차광망을 스무~서른 퍼센트 범위에서 가볍게.
D+25 ~ D+45 | 수확 루틴
- 바깥 잎부터 따는 방식으로 이삼 주 연속 수확이 가능합니다. 잎 길이가 손가락 두 마디를 넘기면 식감이 가장 좋습니다.
품종 조합으로 리스크 분산
- 잎채취형(청·적·청적): 연속수확에 최적, 초가을 일교차에서 식감이 단단해집니다.
- 버터헤드형: 결구가 필요하므로 야간 냉기가 좀 더 필요한 편.
- 로메인형: 가을 강광에서 잎질이 질어질 수 있어 부분 차광이 유리합니다.
- 혼파 전략: 잎색·결이 다른 두세 품종을 섞으면 병해 리스크 분산과 접시 컬러감 모두 잡습니다.
물·빛·바람의 밸런스
- 물: 발아~활착기에는 표토가 마르지 않게 짧고 자주, 뿌리권이 형성되면 아침 한 번 깊게로 전환합니다. 저녁 물주기는 노균병과 달팽이를 부르므로 가급적 피합니다.
- 빛: 활착 사흘에서 닷새는 차광, 이후 차광률을 서서히 낮춰 광합성 시간을 늘립니다.
- 바람: 통풍은 최고의 살균제입니다. 상자 재배는 벽에서 한 뼘 이상 띄우고, 비 온 뒤에는 멀칭을 부분적으로 걷어 표면 건조를 돕습니다.
토양·영양 관리: 얕고 넓게, 과하지 않게
- pH는 여섯에서 일곱 사이가 안정적. 지나친 산성은 잎끝 괴사를 부릅니다.
- 질소가 과하면 잎은 연약하고 병에 약해집니다. 액비는 묽게, 비 온 다음 날은 맑은 물로 염 씻기를 해 염류 축적을 줄입니다.
- 칼슘 부족은 잎끝 타들음을 유발하니 껍질 비료나 칼슘 액비를 아주 소량 보충합니다.
재배 공간별 세팅
노지 텃밭
- 비 예보가 있으면 비 직후 파종으로 수분·온도 혜택을 잡습니다. 멀칭 위 점뿌림도 효과적입니다.
베란다 상자 - 깊이 열여덟 센티 이상의 상자가 안정적. 배수층(마사·펄라이트) → 상토 순으로 채우고, 넘침 구멍을 확실히 확보하세요.
실내 보조등 - 주광색 LED 기준 열둘에서 열셋 시간. 너무 길면 조기 노화와 쓴맛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자주 발생하는 문제와 처방
- 발아 불량: 여전히 토양과 공기 온도가 높을 수 있습니다. 예냉 침종을 늘리고, 파종은 일몰 직후로 조정하세요.
- 쓴맛·질김: 수분 스트레스와 장일·고온의 결합. 규칙 급수와 바깥 잎 분산 수확으로 새잎을 계속 받는 전략이 유효합니다.
- 잎끝 타들음: 한낮 복사열+염류 축적. 희석 관수로 염을 씻고, 한낮엔 얕은 차광을 곁들입니다.
- 결구 실패(헤드형): 야간 온도가 높거나 밀식. 솎음과 야간 통풍이 해법입니다.
- 곰팡이 얼룩(노균·균핵 의심): 잎 표면에 물이 오래 머문 신호. 아침 물주기로 전환하고, 통풍을 늘리면 빠르게 안정됩니다.
병해충 간단 루틴
- 노균병: 잎 뒷면 회백색 분가루. 밤을 건조하게 만드는 것이 1순위입니다. 수확한 잎 찌꺼기는 즉시 치워 전염원을 차단합니다.
- 진딧물·총채: 어린잎이 말리고 은반점이 보이면 노랑 점착트랩을 설치하고, 물비누 희석액을 잎 뒷면 위주로 가볍게 분무합니다.
- 달팽이: 젖은 밤에 활동. 구리 테이프·계란껍질·톱밥으로 경계선을 만들고, 새벽 손집기가 가장 확실합니다.
씨앗 보관과 갱신
- 남은 씨앗은 습기 차단 지퍼팩 + 제습제로 밀봉해 냉장 보관.
- 상추 씨는 묵힐수록 발아력이 급감하니, 매년 소포장으로 새로 준비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체크리스트(출발 전 마지막 점검)
- 밤 최저기온이 스무 도 아래로 안정
- 토양 온도 열다섯~스무 도대
- 예냉 침종 완료
- 얕은 복토 또는 무복토+미세 분무
- 발아 주간 통풍·건조 확보
- 활착 사흘~닷새 차광 후 점감
- 아침 한 번 깊게 주는 물 루틴
- 바깥 잎부터 주기적 수확
Q&A로 정리하는 핵심
Q. 9월 말인데 낮엔 아직 덥습니다. 늦은 건가요?
A. 밤 최저가 스무 도 아래로 떨어지면 아직 가능합니다. 다만 실내 트레이 발아 → 본엽 두 장 후 정식이 안전합니다.
Q. 베란다에서도 충분히 가능할까요?
A. 배수층만 잘 만들면 가능합니다. 아침 물주기·차광망을 습도와 햇빛 강도에 맞춰 미세 조정하세요.
Q. 베이비 리프만 계속 따도 되나요?
A. 가능합니다. 촘촘히 파종해 두세 차례 베이비 수확을 하고, 남은 포기를 넓혀 잎따기형으로 전환하면 가을 내내 이어집니다.
Q. 가을비가 길게 오면 덮어야 하나요?
A. 연속 강우 땐 얇은 비가림을 올리고, 비가 그치면 즉시 열어 표면 건조와 통풍을 확보합니다.
결론: 신호 세 가지면 충분합니다
가을상추 파종시기의 본질은 밤 최저 하락, 토양 15~20도 안정, 비 뒤 냉각효과라는 세 신호를 포착하는 일입니다. 여기에 예냉 파종·얕은 복토·아침 물주기라는 간단한 루틴을 결합하면, 달력 숫자에 매달리지 않고도 매해 안정적인 잎맛을 재현할 수 있습니다. 올해는 비가 한 차례 지나간 저녁, 조용히 씨앗을 흩뿌려 보세요. 선선한 바람이 잎마다 아삭함을 남겨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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